A Literature Review on Neuroanatomical Correlates in Hangul Agraph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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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This study aimed to provide a foundation for the assessment and intervention of Hangul agraphia by conducting a systematic literature review to analyze the characteristics of previous domestic and international studies on Hangul agraphia and to examine the neuroanatomical correlates of each stage of the writing process. Through academic search engines, a total of 12 studies published in domestic and international journals were selected. To examine the research characteristics, the selected studies were analyzed in terms of publication year, research design, task type and participant group. In addition, to investigate the neuroanatomical correlates of Hangul agraphia, reported lesion sites were examined in relation to the corresponding stages of the writing process. First, research on Hangul agraphia has been steadily conducted, primarily through case reports involving patients with left hemispheric cortical and subcortical lesions, using word-level dictation tasks to identify spelling and motoric writing impairments. Second, lesions in the left hemisphere were mainly associated with impairments in central writing processes and the graphemic-buffer stage, while right hemisphere lesions were linked to visuospatial errors in the motoric writing stage. Third, writing errors reflecting the unique characteristics of Hangul were most prominent in the graphemic-buffer and motoric writing stages. These findings can serve as foundational data for establishing assessment and intervention plans for Hangul agraphia in clinical and research settings.
INTRODUCTION
실서증(agraphia)은 다양한 원인 질환에 의해 발생하는 후천적 ‘철자(spelling) 및 운동 쓰기(motoric-writing) 장애’로, 문어(written language) 장애의 일종이다(Kim, 2021). Ogle(1867)에 의해 “agraphia”가 처음 명명된 이후, 초기의 연구는 주로 실어증 환자가 보이는 실서증의 양상과 병소를 보고하는 신경학적(neurological) 관점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인간의 인지를 일련의 정보 처리 과정으로 설명하는 정보처리모델(information-processing model)이 쓰기 처리 과정에도 도입되면서 쓰기의 신경심리학적(neuropsychological) 모델이 제안되었다. 이에 따라 연구는 쓰기 처리 과정을 보다 세분화하여 각 처리 단계의 결함을 확인하고, 처리 단계에 따른 병소와의 신경해부학적 상관성을 밝히는 방향으로 변화하였다(Ellis, 1982; Roeltgen & Heilman, 1984 & 1985).
신경심리학적 모델에 기반한 받아쓰기 처리 과정은 크게 언어적으로 적절한 철자 표상(spelling representation)을 형성하는 중추 단계와 이를 적절한 운동 프로그래밍을 통해 물리적으로 그 표상을 잘 알아볼 수 있는 형태로 산출하는 말초 단계로 구성된다. 각 단계 내의 세부 처리 과정은 특정 뇌 영역의 활성화를 수반하므로 병소의 위치와 범위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실서증이 나타난다(Roeltgen & Heilman, 1985). 중추 단계는 어휘경로(lexical route)와 음운경로(phonological route)로 분류된다. 시각적 또는 청각적으로 제시된 단어가 친숙한 단어일 경우, 자소와 음소의 불일치성(irregularity)이나 모호성(ambiguity)에 관계없이 어휘경로가 활성화된다. 이후 내부 철자 사전(internal spelling dictionary)에 저장된 단어의 자소 표상을 얻어 철자를 처리한다. 그러나 제시된 단어 자극이 동음이자(homophone)인 경우, 같은 음가에 대하여 여러 개의 철자 표상이 존재하므로 적절한 철자 표상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의미 체계(semantic system)의 중재(mediation)가 필요하다. 따라서, 어휘경로는 의미 체계의 중재를 거치는 어휘-의미경로(lexical semantic route)와 의미 체계의 중재를 거치지 않는 어휘-무의미경로(lexical non-semantic route)로 나눌 수 있다. 음운경로는 제시된 자극이 처음 들어보는 비친숙한 단어나 비단어(nonword)일 경우에 활성화되며 음소와 자소를 일대일로 대응시켜 철자를 처리한다. 어휘경로가 손상되는 어휘실서증(lexical agraphia)은 음운경로에 의존하여 철자 처리가 이루어지므로 음소-자소가 일대일로 대응되지 않는 불규칙 단어 쓰기에서 어려움을 보인다. 어휘경로 중 특히 의미 체계 단계가 손상되는 의미실서증(semantic agraphia)은 동음이자를 듣고 단어의 의미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철자를 쓰는 오류를 보인다. 음운경로가 손상된 음운실서증(phonological agraphia)은 어휘경로에 의존하여 철자 처리가 이루어지므로 내부 철자 사전에 저장되지 않은 비단어 쓰기에서 어려움을 보인다. 두 경로 모두의 광범위한 손상으로 인한 심층실서증(deep agraphia)은 음운실서증과 유사하게 비단어 쓰기에서 어려움을 보이며, 불완전한 어휘-의미경로를 통해 쓰기가 이루어지므로 의미적 오류(예: 학교→책상)를 동반한다. 중추적 단계를 거쳐 형성된 철자 표상은 말초 단계 이전에 자소-버퍼(graphemic-buffer) 단계에서 임시적으로 저장되는데, 이 단계는 작업기억에 기반하므로 자소-버퍼 장애(graphemic-buffer impairment)는 음절 길이가 증가할수록 철자 오류가 증가하는 소견을 보인다. 이후의 말초 단계는 운동-쓰기적 요소와 관련이 있으며, 이 단계에는 운동 프로그래밍이나 시공간적 능력 등의 여러 인지 기능이 함께 요구된다(Kim, 2021; Yoon et al., 2009). 먼저 적절한 글자의 외형 등을 결정하는 이서(allographic) 단계, 목표한 글자를 물리적으로 산출하기 위한 운동의 계획 및 프로그래밍(planning and programming) 단계, 최종적으로 글자를 산출하는 운동집행(motor execution) 단계를 거쳐 쓰기가 처리된다. 말초 단계의 손상은 이서장애(allographic disorder), 실행실서증(apraxic agraphia), 공간실서증(spatial agraphia) 등으로 나타난다.
한편, 실서증은 특정 언어의 문자 체계가 가지는 고유한 특징을 반영하므로 그 양상이 언어권에 따라 상이할 수 있다(Yoon et al., 2010). 알파벳 체계를 사용하는 영어와 일본어의 가나(Kana)는 모두 표음문자(phonogram)이나 영어는 개별 자소(grapheme)가 각각 하나의 음소(phoneme)를 나타내는 음소 문자이고, 가나는 주로 자음과 모음이 결합된 음절 소리를 하나의 문자로 표현하는 음절 문자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따라서, 가나의 문자 체계에서는 자음이나 모음이 독립적으로 표기되기 어려운 반면, 자음과 모음이 각각 독립적으로 표기될 수 있는 영어권에서는 자소 간 위치를 바꾸어 쓰는 치환(transposition) 오류를 보고하였다(Caramazza et al., 1987; Krajenbrink et al., 2021). 글자 자체가 음을 표기하는 표음문자와 달리 글자 자체가 의미를 나타내는 표의문자(ideogram)에 속하는 중국어와 일본어의 간지(Kanji)의 경우, 쓰기 과제에서 글자를 이루는 획과 부수의 생략, 대치, 치환 오류를 보고하여 해당 언어들의 쓰기 처리 과정에서는 글자의 시공간적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함을 시사하였다(Law, 2004; Sakurai et al., 2008). 더불어, Sakurai et al.(1997)은 각각 가나(Kana)와 간지(Kanji)를 사용하는 두 명의 일어권 환자의 사례를 바탕으로, 같은 언어권 내에서도 서로 다른 문자 체계를 사용함으로써 쓰기에서의 수행력 해리(dissociation)가 관찰되었음을 보고하였다. 이처럼 실서증의 양상은 각 언어권의 문자 체계의 특성에 따라 달라지므로, 한글 실서증에 대한 고찰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한글이 지닌 고유한 문자적 특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글은 다양한 문자 체계의 특성들을 일부 공유하면서도 고유한 특징을 가진다. 먼저, 한글은 표음문자이자 음소문자라는 점에서 알파벳 체계의 영어와 유사하지만 자소와 음소의 대응이 더욱 규칙적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한 각 자소가 가로 방향으로만 배열되는 영어와 달리 한글은 자음과 모음이 종단과 횡단, 종횡단이 혼합된 방향으로 일정한 규칙에 따라 사각형의 형태 안에 배치되는 독특한 시공간적 구성을 보인다. 이러한 한글의 시공간적 특성은 획과 부수가 상하좌우로 조합된 구조를 갖는 점에서는 한자를 사용하는 중국어와 유사하다. 그러나 표의문자로서 자소 자체가 의미를 갖고, 그 음가가 문맥 또는 의미에 따라 달라지는 중국어와 달리 한글은 표음문자이므로 한 글자 내에서 자음과 모음이 각각 독립적이고 일정한 음가를 가지고, 이들이 조합하여 하나의 소리가 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일본어와 비교할 때, 한글은 음절 문자인 가나와 달리 자음과 모음이 독립적이면서도 이들이 결합하여 음절 단위를 구성하므로 음소와 음절 표기를 모두 가능하게 하고 음운변동이 적용되는 불규칙 단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 표의문자인 간지와 달리 표음문자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정리하자면 한글은 다음과 같은 독자적인 문자 체계의 특성을 지닌다. 첫째, 각각의 자음과 모음이 독립된 음가를 가지는 표음문자이며 자소-음소 간 대응이 매우 규칙적이다. 둘째, 음운론적 맥락에 따라 음운 변동이 적용될 수 있으나, 이러한 변동 역시 체계적인 규칙을 따른다. 셋째, 자음과 모음이 초성, 중성, 종성이라는 정해진 위치 관계에 대응되며, 위치적 배열의 독특한 시공간적 조합에 따라 하나의 음절 단위를 형성한다.
임상적으로 실서증의 정확한 평가 및 중재 계획 수립을 위해서는 해당 언어권에서 사용되는 고유한 문자 체계에 따른 쓰기의 신경해부학적 상관관계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문자 체계별로 이루어진 종설 연구를 살펴보면, 알파벳 언어권에서는 메타분석을 통해 알파벳 쓰기의 중추 및 말초 처리 과정에서 활성화되는 뇌 영역을 정량적으로 분석하여 쓰기의 신경해부학적 기전을 보고한 바가 있다(Purcell et al., 2011). 일본에서는 가나(Kana)와 간지(Kanji) 문자 체계의 이질성을 반영하여, 두 문자 쓰기에서 나타나는 수행력 해리를 중심으로 실서증 양상과 병소 및 뇌 활성화 패턴 간의 관계를 질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일본어 쓰기의 신경해부학적 기전을 보고하였다(Nakamura & Kouider, 2003; Suzuki, 2022). 중국에서는 실서증에 대한 종설 연구가 보고된 바 있으나, 국소적 뇌손상 환자가 아닌 원발진행성실어증(primary progressive aphasia) 환자를 대상으로 하여 병소와의 신경해부학적 관련성보다는 쓰기 오류 유형에 중점을 두었거나(Liu et al., 2022), 문헌들에서 보고한 실서증 양상만을 종합하여 보고하는 수준에 그쳐(Yin et al., 2005) 한자 쓰기의 신경해부학적 기전을 살펴본 종설 연구는 미비하였다. 한국어의 경우, 한글 실서증에 대한 문헌을 고찰한 연구는 현재 전무한 실정이다. 이에, 본고에서는 문헌 분석을 통해 그간 이루어진 한글 실서증에 대한 연구의 특성을 분석하고, 보고된 쓰기 오류 유형과 병소 간의 신경해부학적 관련성을 살펴보았다.
MATERIALS AND METHODS
문헌 선정
최근까지 이루어진 한글 실서증에 대한 연구 특성과 신경해부학적 관련성을 분석하기 위해 한글 실서증에 대한 문헌이 처음 출판된 2000년 1월부터 2024년 7월 31일 사이에 출판된 국내외 한글 실서증 관련 문헌들을 검색하였다. 국외 문헌 검색을 위한 검색엔진으로 PubMed를 이용하였고, 검색어는 ‘(agraphia OR dysgraphia) AND (hangul OR korea)’를 사용하였다. 국내 문헌 검색을 위한 검색엔진으로는 DBPIA(누리미디어), KERIS RISS(한국교육학술정보원), KSI KISS(한국연구정보서비스), SCHOLAR(학지사‧교보문고)를 이용하였고, 검색어는 ‘agraphia’, ‘dysgraphia’, ‘실서증’을 사용하였다. 이를 통하여 검색된 총 129편의 문헌에 대하여 다음의 단계를 거쳐 문헌을 제외하였다. 첫째, 중복된 문헌은 제외하였다. 둘째, 오른손잡이 한글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지 않았거나, 후천성 한글 실서증과 관련이 없는 문헌을 제외하였다. 셋째, 실험 연구, 중재 연구 및 증례보고(case report)가 아닌 문헌을 제외하였다. 넷째, 병소가 특정되지 않는 퇴행성 질환을 대상으로 한 문헌을 제외하였다. 다섯째, 쓰기 오류에 대한 보고가 없거나 실서증 하위 유형 파악이 어려운 문헌을 제외하였다. 이에 따라 최종적으로 12편의 한글 실서증에 대한 문헌이 선정되었으며(Figure 1), 최종 선정된 문헌들의 목록을 Appendix 1에 제시하였다.
문헌 분석 절차 및 방법
최종적으로 선정된 12편의 문헌에 대하여 연구 특성을 살펴보기 위해 출판 연도, 연구 설계 및 연구 과제, 연구 대상에 따라 나누어 분석하였고, 한글 실서증의 신경해부학적 상관성을 살펴보기 위해 쓰기 처리 과정의 각 단계별로 구분하여 각 문헌에서 보고된 실서증의 양상과 피질 및 피질하 병소를 고찰하였다. 첫째, 연구 특성 중 연도별 분석의 경우, 한글 실서증에 대한 문헌이 처음 출판된 2000년 1월부터 2024년 7월 31일까지 출판된 연도에 따라 5년 단위(2000년대 초반, 2000년대 후반, 2010년대 초반, 2010년대 후반, 2020년대 초반)로 나누어 보고된 문헌의 편 수와 전체 편 수에 대한 비율을 분석하였다.
둘째, 연구 특성 중 연구 설계별 분석은 증례보고(case report)와 실험 연구로 나누어 보고된 문헌의 편 수와 전체 편 수에 대한 비율을 분석하였다. 연구 과제별 분석의 경우, 쓰기 검사 도구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Lee et al.(2015)의 연구를 제외하고, 총 11편의 문헌에 대하여 검사 유형, 과제에 활용된 언어학적 단위, 쓰기 과제 유형에 따라 나누어 보고된 문헌의 편 수와 전체 편 수에 대한 비율을 분석하였다.
셋째, 연구 특성 중 연구 대상별 분석의 경우, 먼저 병소를 좌반구와 우반구로 나누어 각각 보고된 연구 대상 집단의 수와 전체 연구 대상 집단 수에 대한 비율을 분석하였다. 다음으로, 반구 내 병소를 언급하지 않은 Yoon et al.(2006)의 연구를 제외하고, 병소를 피질 영역, 피질하 영역, 피질 및 피질하 영역으로 나누어 각각 보고된 연구 대상 집단의 수와 전체 연구 대상 집단 수에 대한 비율을 분석하였다. 단일 연구 내에서 다수의 연구 집단을 대상으로 한 경우, 각 연구 집단은 독립적인 연구 집단으로 계수되었다. 이로 인해 전체 연구 대상 집단의 수가 실제 분석에 사용된 논문의 편 수를 초과할 수 있으며, 따라서 연구 편 수와 전체 연구 대상 집단의 수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넷째, 쓰기 처리 과정별 신경해부학적 관련 병소 분석의 경우, 쓰기 처리 과정별로 각 문헌에서 보고한 피질 및 피질하 병소를 분석하였다. 단일 연구 내에서 다수의 연구 집단을 대상으로 한 경우, 각 연구 집단은 독립적인 연구 집단으로 계수되었다. 이로 인해 전체 연구 대상 집단의 수가 실제 분석에 사용된 논문의 편수를 초과할 수 있으며, 따라서 연구 편 수와 전체 연구 대상 집단의 수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RESULTS
연구 특성 분석
연도별 분석
최종 선정된 문헌 12편에 대한 연도별 분석 결과를 Table 1에 제시하였다. 한글 실서증에 대한 연구는 2000년 1월에 처음 출판된 이후 2000년대 초반 3편(25.0%), 2000년대 후반 3편(25.0%), 2010년대 초반 2편(16.7%), 2010년대 후반 3편(25.0%), 2020년대 초반 1편(8.3%)이 출판되어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연구 설계 및 연구 과제별 분석
최종 선정된 문헌 12편에 대한 연구 설계 방식을 분석한 결과, 한글 실서증에 대한 연구는 실험 연구(4편, 33.3%)에 비해 증례 보고(8편, 66.7%) 형식으로 주로 이루어져 왔음을 확인하였다. 연구 과제별 분석 결과, 11편의 문헌 중 과반수의 연구에서 비공식 검사(8편, 72.7%)를 사용하였으며, 이들은 모두 단어 수준의 과제를 제시하였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공식 검사를 사용한 연구(2편, 18.2%)는 모두 파라다이스 한국판 웨스턴 실어증 검사(Paradise·Korean version-Western Aphasia Battery [PKWAB]; Kim & Na, 2001)를 사용하여 단어 및 문장 수준의 과제를 제시하였음을 확인하였다. 비공식 검사와 공식 검사를 모두 사용한 연구(1편, 9.1%)에서도 공식 검사로서 PK-WAB (Kim & Na, 2001)를 사용하였으며 비공식 검사로서 자체 제작한 단어 수준의 받아쓰기 과제를 실시하여 단어 및 문장 수준의 과제를 제시하였음을 확인하였다. 쓰기 과제 유형 측면에서는 받아쓰기 유형의 과제를 제시한 연구가 6편(54.5%)으로 가장 많았고, 3가지 유형(받아쓰기, 스스로 쓰기, 베껴 쓰기)의 과제를 모두 제시한 연구가 4편(36.4%)으로 그 다음으로 많았으며, 1편(9.1%)의 연구에서 받아쓰기와 스스로 쓰기 유형의 과제를 제시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연구 대상별 분석
각 문헌에서 연구대상의 병소로 보고한 반구 영역을 분석한 결과, 좌반구 병소(10편, 71.4%)가 우반구 병소(4편, 28.6%)보다 더 빈번하게 보고되었다. 이들의 반구 내 병소를 분석한 결과, 피질 영역 병소(2편, 15.4%)와 피질하 영역 병소(2편, 15.4%)에 비해 피질 및 피질하 영역의 혼합 병소(9편, 69.2%)가 주로 보고된 것을 확인하였다.
쓰기 처리 과정별 분석
대부분의 연구에서는 자기공명영상을 통해 뇌경색(infarction) 소견이 확인된 영역을 병소로 보고하고 있었으며, 다른 뇌영상 기법을 사용했거나 병소 영역이 경색 외의 소견(예: 출혈성 변화, 관류 저하)을 나타낸 경우 Table 1에 별도의 각주를 달아 표기하였다.
어휘경로 손상의 경우, Kwon et al.(2002)과 Na et al.(2023) 모두 불규칙 단어가 규칙단어나 비단어 받아쓰기에 비해 저하된다는 결과와 불규칙 단어 받아쓰기에서의 규칙화 오류(예: ‘값어치’→가버치)를 보고하고 있어 환자의 어휘경로 손상을 시사하고 있었다. 이들이 보고한 병소는 좌측의 후하측두엽(posterior inferior temporal cortex, PITC), 하전두후두속(inferior fronto-occipital fasciculus, IFOF), 하종속(inferior longitudinal fasciculus, ILF), 내포(internal capsule)의 후지(posterior limb), 전방 해마(anterior hippocampus)와 시상(thalamus)이었다.
음운경로 손상의 경우, 세 문헌(Kim et al., 2002; Kim & Na, 2000; Yeon et al., 2018) 모두 단어에 비해 비단어 받아쓰기에서 환자의 철자 오류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고하였다. Yeon et al.(2018)에서는 좌측의 뇌혈관들과 더불어 좌측 실비안열(Sylvian’s fissure)과 그 인근의 피질 및 피질하 영역을 병소로 보고하였다. Kim & Na(2000)에서는 좌측의 뇌섬(insula)과 기저핵(basal ganglia, BG)을, Kim et al.(2002)에서는 좌측 후상측두이랑(posterior superior temporal gyrus, pSTG)과 그 아래 백질 영역을 병소로 보고하였다.
한편, 단음절의 한국어 자극을 받아쓰거나(Yoon et al., 2010), 단어 자극의 어휘성과 규칙성에 관계없이 나타나는 오류(Lee et al., 2013)를 통하여 어휘경로와 음운경로의 동시 손상을 시사하는 연구에서는 공통적으로 좌측 전두엽을 병소로 보고하였다.
자소-버퍼 단계와 관련해서는 언어적 능력(구어 인식 및 어휘 검색)과 운동 집행 능력이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PK-WAB의 쓰기 과제에서 나타나는 중단, 철자법 오류, 글자의 생략과 대치를 오류로 보고하였다(Yun et al., 2009). 또한 모든 단어 유형(규칙 단어, 불규칙 단어, 비단어)에서 철자 오류(대치, 생략, 첨가, 치환)가 유사한 비율로 나타나는 것뿐만 아니라 음절 길이 증가에 따른 철자 오류의 증가를 보고하면서(Kim et al., 2007) 이러한 오류는 자소-버퍼 단계의 손상에서 기인하였음을 시사하였고, 좌측 전두측두엽(fronto-temporal lobe), 상두정소엽(superior parietal lobule, SPL), 전운동 영역(premotor area) 및 피질하 영역(기저핵, 뇌섬, 시상)이 병소로 보고되었다.
운동집행에 영향을 주는 공간적 처리 능력의 결함으로 인한 운동-쓰기(motoric writing) 오류를 보고한 문헌들(Jang et al., 2015; Lee et al., 2015; Yoon et al., 2006; Yoon et al., 2010)을 고찰한 결과, 이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우반구 병소로 인한 시공간적 쓰기 오류를 보고하였다.
DISCUSSIONS
본 연구는 한글 실서증에 대한 문헌이 처음 출판된 2000년도 이래로, 지난 25년간의 연구 특성 및 쓰기 처리 과정별 신경해부학적 관련성을 분석하여 한글 실서증에 대한 평가 및 중재 계획의 근거를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 연구 특성 분석 결과, 그간의 한글 실서증에 대한 연구는 현재까지 꾸준히 이루어져 왔으며, 주로 좌반구의 피질 및 피질하 병변 환자들을 대상으로 단어 수준의 받아쓰기 검사를 사용하여 철자 및 운동-쓰기 장애를 확인하는 증례 보고의 형식으로 이루어져 왔음을 확인하였다. 한글 실서증의 신경해부학적 관련성에 대한 자세한 분석을 위해 본고에서는 각 문헌에서 보고된 오류 양상을 기반으로 손상된 쓰기 처리 과정과 보고된 병소를 함께 고찰하였다.
어휘경로 손상
이미 학습된 단어나 친숙한 단어를 받아쓰기 하는 과정에서는 단어의 모호성이나 불일치성에 관계없이 어휘경로를 통하여 쓰기의 중추 처리 단계가 이루어지는데, 그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단어 자극이 음성으로 제시되면, 음운 장기 기억에 저장된 단어의 음운 표상(phonological representation)이 활성화되고, 이는 내부 철자 사전 또는 철자 어휘집으로도 불리는 철자 장기 기억과 연결되어 저장된 단어의 철자 표상을 검색한다. 특히, 음소와 자소의 일치성이 낮은 불규칙 단어 받아쓰기의 경우, 학습된 음소-자소 변환 규칙만으로는 정확한 철자를 예측할 수 없으므로, 철자 장기 기억에서 해당 단어의 철자 표상을 검색하는 과정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Purcell et al., 2014). 철자 장기 기억에는 단어의 시각적 형태나 단어를 이루는 각 자소의 이름이 아니라 단어를 이루는 자소와 그 순서/위치에 대한 추상적인 정보가 저장되므로, 쓰기의 출력 방식(예: 손글씨, 타자치기)에 구애받지 않고(modalityindependent) 동일하게 활성화되는 특성을 가진다(Rapp & Dufor, 2011; Rapp et al., 2016).
이러한 철자 장기 기억은 좌측 IFG, 방추회(fusiform gyrus) 그리고 후두측두구(occipitotemporal sulcus)를 포함하는 좌측 후두측두 피질 내의 기능적 영역인 시각단어 영역(visual word form area, VWFA)가 관여하며, 이 영역은 철자적 정보의 처리와 시각적 단어 형태 인식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Cohen et al., 2000; Dehaene & Cohen, 2011). VWFA에서 처리되는 철자 표상은 단어의 공간적 위치, 대소문자, 글꼴, 크기와 무관하게 저장 및 검색이 이루어지는 추상적 철자 표상(abstract orthographic representation)이다(Cohen et al., 2002; Purcell et al., 2014). VWFA는 철자 쓰기의 중추적 과정에서 철자 장기 기억 내에 저장된 철자 표상을 검색하고 활용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므로, VWFA가 손상되면 불규칙 단어의 철자 쓰기에는 어려움을 보이나, 규칙 단어나 비단어의 철자 쓰기에서는 이상이 없는 음운경로의 음소-자소 대응을 활용하여 어려움을 보이지 않는다(Purcell et al., 2011). 특히, VWFA에 포함되는 좌측 PITC는 친숙한 글자에 대한 철자 표상을 저장하고 처리하는 역할을 담당하며(Rapcsak & Beeson, 2004), 뇌영상기법을 적용한 다양한 언어권의 연구들에서 받아쓰기를 포함한 철자 검색 및 쓰기 과정 시 공통적으로 활성화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Beeson et al., 2003; Nakamura et al., 2002; Petrides et al., 1995). 즉, 이곳에 이미 저장된 단어의 철자는 음소-자소 대응이 일치하지 않더라도 음소-자소 변환 규칙에 의존하지 않고 그 철자 표상이 직접 검색될 수 있으므로 받아쓰기를 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 알파벳 문자를 대상으로 한 국외의 연구들(Antonucci et al., 2004; Rapcsak et al., 1990; Rapcsak & Beeson, 2004)에서는 좌측 PITC 또는 좌측 PITC를 포함하는 좌측 하측두 후두엽(inferior temporo-occipital lobe) 손상 환자들이 규칙 단어와 비단어에 비해 불규칙 단어 받아쓰기 수행력이 현저히 저하되었으며, 이들의 오류는 대부분 음운적으로 적절(phonologically plausible)했다고 보고하였다.
한편, 간지(Kanji)의 받아쓰기를 시행한 연구(Maeda & Ogawa, 2011; Sakurai et al., 2000; Soma et al., 1989)에서도 좌측 PITC 손상 환자가 가나(Kana)에서의 쓰기 능력은 비교적 온전한 데 반해, 간지에서 철자 오류가 두드러지는 양상을 보고한 바가 있다. 일본어의 간지와 가나 사이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수행력 해리는 두 문자 체계의 상반된 특성에서 기인한다. 먼저, 간지의 경우 수천 개의 형태소문자(morphograms) 또는 표의문자로 이루어진 복잡한 문자 체계이다. 간지 단어는 보통 두개 이상의 간지문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의미에 따라 특정한 음가가 지정되어 있다. 따라서 간지는 음소와 자소의 대응 규칙이 적용되지 않고, 단어의 전체적인 형태에 의존하여 그 음가가 결정되는 불규칙 단어의 극단적인 형태로 여겨진다. 이에 반해, 가나는 비교적 단순한 음소문자(phonograms)로 구성되어 있고, 가나 단어는 하나 이상의 가나로 구성되고 그 음가는 항상 동일하게 적용된다. 즉, 가나는 음소와 자소의 대응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규칙적인 단어의 극단적 형태로 여겨진다(Sakurai et al., 1997). 따라서, 간지에서만 나타나는 쓰기의 어려움은 알파벳 언어권에서 나타나는 어휘실서증에 대응된다고 볼 수 있겠다. 간지와 유사하게 한자(Hanja)도 개별 글자가 소리보다는 의미적 요소에 중심을 두고 형성되는 표의문자이고, 그 음가가 문맥에 따라 변동성이 큰 문자 체계이므로 불규칙 단어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고찰한 Kwon et al.(2002)에서 보고한 환자가 한글의 불규칙 단어 쓰기에서 종종 규칙화 오류를 보였을 뿐만 아니라 한자 쓰기에서도 쓰기 오류를 보였던 점을 고려할 때, 좌측 PITC는 다양한 문자 체계에서 단어의 철자 표상에 대한 저장소 역할을 담당하며, 특히 불규칙 단어의 철자 처리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또한 본 연구에서 고찰한 Na et al.(2023)의 연구에서 환자의 어휘실서증 양상 소견과 함께 병소로 보고한 좌측 IFOF와 좌측 ILF는 다양한 언어권의 연구에서 좌측 IFOF가 심부 측두엽과 뇌섬을 지나며 의미 처리의 배쪽 경로(ventral stream)를 구성하면서 의미 처리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좌측 ILF 또한 이를 보조하며 철자 처리에 기여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Almairac et al., 2015; Motomura et al., 2014; Wang et al., 2020). 더불어, Tomasino et al.(2015)의 연구에서도 백질에서의 조직 손상을 의미하는 분획이방성(fractional anisotropy)의 감소가 좌측 IFOF와 ILF에서 관찰되는 환자가 불규칙 받아쓰기에서 가장 낮은 수행력을 보이고, 그 오류가 대부분 음운적으로 적절하여 어휘경로의 손상으로 인한 실서증을 시사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어휘경로 손상의 병소로 확인된 좌측의 PITC, IFOF, ILF, 뇌섬은 어휘경로와 관련된 언어 보편적인(language-universal) 신경해부학적 관련 영역이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음운경로 손상
비친숙한 단어나 비단어를 받아쓰는 과정에서는 음소와 자소 간의 대응 규칙을 바탕으로 철자를 처리하는 음운경로가 활성화된다. 그간 이루어진 다양한 언어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음운경로를 통한 철자 처리 결함은 좌측 실비안열 주변 영역의 손상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Rapcsak & Beeson, 2002). 본 연구에서 고찰한 문헌 중 음운경로 손상과 함께 보고된 병소들을 분석한 결과, 이들 또한 모두 좌측 실비안열 주변의 피질 및 피질하 영역에 병소가 있음을 확인하였다(Kim et al., 2002; Kim & Na, 2000; Yeon et al., 2018). 따라서, 실비안열 주변 영역을 쓰기에서의 음운 처리 능력에 관여하는 언어 보편적인 신경학적 기전으로 볼 수 있겠다.
흥미로운 결과는 좌측 pSTG 병변 환자에서 한글 비단어 받아쓰기의 오류가 후반부에 위치하는 음절(예: 4음절 단어인 경우 3번째 혹은 4번째 음절)에 국한되어 나타난 결과가 보고되었다(Kim et al., 2002). 음운경로를 두 단계로 나누어 설명하는 이론(Roeltgen et al., 1983)에서 음운경로는 크게 1) 음절을 개별 음소 단위로 분할하는 음절 분할 단계(segmentation)와 2) 분할된 음소들을 자소로 변환시키는 음소-자소 변환 단계(phoneme-to-grapheme conversion)로 구성된다. 음절 분할 단계에서는 순차적 처리 순서에 따라 앞의 음절부터 음소로 분할해 나가기 때문에 이 단계에 결함이 있는 경우, 단어의 전체 음운 구조를 끝까지 순차적으로 분석하는 데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후반부에 위치한 음절은 분할이 이루어지기까지 주의력과 작업기억을 요구한다. 따라서 단일 음소가 제시되거나 제시된 단어 자극의 앞쪽 음절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인지적 부하가 적어 잔존된 음절 분할 능력으로 정확하게 철자를 쓸 수 있으나 이후의 위치에서 작업기억 용량 초과와 더불어 음절 분할 과정의 점진적 정확도 감소에 따라 철자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단계의 오류 양상은 앞쪽 음절은 올바로 쓸 수 있으나 뒤 쪽 음절에서의 오류(예: 아슴까정→/아가각정/)를 보인다. 반면, 음소-자소 변환 과정에 결함이 있는 경우에는 분할된 음소를 적절한 자소로 변환하지 못하므로 목표 단어의 자소와 전혀 관계 없는 단어를 쓰는 오류(예: 창니→/타이/)가 빈번히 관찰된다. 따라서 후반부 음절에서 주로 오류가 나타난 선행 연구(Kim et al., 2002)에서는 음운경로의 두 단계 중 음절 분할 단계의 결함과 더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주장하였다. 이는 청각적으로 제시된 음운 정보를 인식하고, 그 정보를 음운적 표상(phonological representation)의 형태로 전환하여 작업 기억 내에서 유지하는 좌측 pSTG의 기능(Buchsbaum et al., 2001)이 한글 쓰기의 음운 처리 과정 중 음절 분할 단계의 어려움으로 증명되었음을 보여준다.
어휘 및 음운경로 손상
쓰기의 중추 처리 단계에서 어휘경로와 음운경로는 기능 및 해부학적으로 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병렬적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휘경로는 주로 의미에 기반하여 친숙한 단어에 대하여 내부 철자집에 저장된 철자 표상을 인출하는 과정을, 음운경로는 음소-자소 변환 규칙을 기반으로 친숙하지 않은 단어 또는 비단어의 철자 처리를 담당한다(Roeltgen & Heilman, 1984). 따라서 어휘경로와 음운경로의 신경 기제(neural substrates)를 모두 포함하는 광범위한 뇌손상은 두 경로 모두의 기능적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중대뇌동맥(middle cerebral artery, MCA)은 뇌졸중의 주요 원인이 되는 혈관으로, 전두엽, 측두엽, 두정엽뿐만 아니라 뇌 심부 구조물(예: 미상핵, 내포, 시상)까지 혈류를 공급한다(Donzelli et al., 1999; Doshi et al., 2012). MCA의 근위부(proximal part) 손상으로 인해 뇌의 다발적인 영역에 혈류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어휘 및 음운경로뿐만 아니라 의미 체계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손상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심층실서증의 원인 기전이 될 수 있는데 심층실서증 환자는 음운경로의 손상으로 비단어를 쓰는 데 상당히 어려움을 보이며, 의미 표상이 손상되었거나 정해진 수준 이하로 활성화되면서 부정확한 철자 표상이 인출되기 때문에 의미적 오류(예: 학교→책상)를 동반한다.
이러한 의미적 오류는 합산 가설(summation hypothesis)로 설명하는 것도 가능한데, 이 가설에 따르면 실제 쓰기 상황에서는 어휘경로와 음운경로가 서로 보완적으로 작용하여 철자 산출의 정확성을 높인다. 친숙한 단어를 듣고 받아쓸 때, 어휘경로가 활성화되면서 의미적으로 연관된 다양한 철자 표상들이 활성화되지만, 동시에 음운경로의 지원을 받아 경쟁하는 오류 표상들을 억제하고 가장 정확한 철자 표상을 선택하게 된다. 즉, 하나의 경로(어휘경로)가 철자 처리에 있어 주된 역할을 담당하더라도, 그 이면에서는 다른 경로(음운경로) 또한 활성화되면서 결과적으로 더 신속하고 정확한 철자 처리가 가능해진다(Hillis & Caramazza, 1991; Rapp et al., 2002). 그러나 두 경로가 모두 손상되면, 이와 같은 보완적 메커니즘이 붕괴되어, 비단어 쓰기 실패뿐만 아니라 익숙한 단어를 쓰는 과정에서도 의미적 오류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 경쟁하는 여러 표상들 중에서 부정확한 표상을 억제하고, 가장 적절한 표상을 선택하는 인지적 기능은 좌측 IFG에서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Zhang et al., 2004). 따라서 철자 표상의 선택 과정에서도, 좌측 IFG는 다양한 철자 표상들 중 의미적, 음운적으로 가장 적절한 철자 표상을 선택하고 경쟁 표상을 억제하는 데 기여할 수 있으며, 이는 합산 가설을 뒷받침하는 신경학적 기제로도 해석될 수 있다.
한글 쓰기에서도 IFG를 포함한 전두엽 병소를 가진 환자들이 단어 및 비단어 쓰기에서 오류를 보이는 연구(Lee et al., 2013)를 통해 어휘경로 및 음운경로의 동시 손상을 시사한 결과는 전두엽이 쓰기의 중추 처리 과정에서 제시된 어휘에 대한 적절한 철자 표상의 선택, 음운-철자 변환 과정 등에 전반적으로 관여한다는 주장(Hillis et al., 2004)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선행 연구(Lee et al., 2013)에서 의미적 오류는 나타나지는 않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세 가지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다. 첫째, 연구 대상자가 아급성(subacute) 뇌경색 환자였으므로 해당 시기의 신경가소성으로 인해 손상된 IFG 기능이 다른 뇌 영역에 의해 보상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둘째, 연구에 포함된 환자들의 병소가 좌측 전두엽 및 그 아래 백질 영역에 국한되어 있어, 의미 처리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측두극(temporal pole)과 배쪽 측두엽(ventral temporal lobe)이 보존되었고(Ralph et al., 2017), 이에 따라 전반적인 의미 체계는 손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셋째, 해당 문헌에서 사용된 쓰기 검사 문항의 특성상 고빈도이고 친숙하며, 구체적인 단어들이 주로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의미적 오류를 유발할 만큼 높은 수준의 의미적 경쟁이 필요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의미적 오류는 추상적이고 늦게 습득한 저빈도 단어에서 더 빈번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된다(Gerhand & Barry, 2000).
자소-버퍼 단계 손상
자소-버퍼 단계는 쓰기의 중추 처리 과정을 통해 생성된 철자 표상을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작업 기억 시스템으로, 자극의 입력 양식(예: 청각, 시각)이나 출력 양식(예: 쓰기, 말하기, 타이핑)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작동한다. 이 단계는 추상적 철자 표상을 실제로 관찰 가능한 글자로 산출할 수 있도록 하는 운동-쓰기 단계로 전환하는 중계 역할을 수행한다. 자소-버퍼 단계가 손상되는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오류 양상이 관찰된다. 첫째, 입력과 출력 방식에 무관하게 오류가 발생한다. 둘째, 단어와 비단어 모두에서 유사한 비율의 철자 오류가 나타나는데, 이는 자소-버퍼가 의미적, 음운적, 형태론적인 언어적인 정보를 처리하는 단계가 아님을 시사한다. 실제로 관찰되는 오류 유형은 자소 수준에서의 대치(substitution), 삽입(insertion), 탈락(deletion), 치환(transposition)과 같은 오류이다. 셋째, 자소-버퍼 단계의 핵심 기능이 철자 정보의 임시 저장과 유지에 있는 만큼, 오류는 자극의 길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단어가 길어질수록 오류율이 현저히 증가한다(Caramazza et al., 1987). 특히 Wing & Baddeley(1980)가 제안한 바와 같이, 버퍼 내 저장된 자소 간의 간섭이 가장 심한 중간 위치의 자소에서 오류율이 가장 높게 나타나는 궁형의(bow-shaped) 분포가 관찰된다.
자소-버퍼 단계와 관련된 신경해부학적 영역으로는 전중심이랑(precentral gyrus), 전운동 영역 그리고 후중심이랑(postcentral gyrus)을 포함하는 좌측 전두-두정엽 영역과 그 하부의 피질하 백질이다(Cloutman et al., 2009; Rapcsak & Beeson, 2002). 청각적으로 제시된 단어를 받아쓰는 과정에서는 어휘경로 또는 음운경로를 통해 활성화된 철자 표상을 임시적으로 저장하기 위해 철자 작업기억(orthographic working memory)이 중요한데 이는 좌측 두정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Rapp et al., 2016). 좌측 SPL은 시각적 정보를 저장하고 다양한 언어 및 운동 영역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시각적 자극과 운동 계획의 연결을 유지한다. 또한 철자 산출 과정에서 순차적 주의(serially directed attention)에 관여함으로써 각 철자의 정확한 순서를 유지하며 산출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므로, 단어의 길이(length)와 관련이 있다(Rapp & Dufor, 2011; Segal & Petrides, 2012). 따라서, Kim et al.(2007)의 연구에서 자소-버퍼 단계의 결함과 함께 좌측 SPL을 병소로 보고한 점은 이러한 좌측SPL의 기능이 한글 쓰기 과정에서도 적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두엽의 전운동 영역 또한 철자 처리의 자소-버퍼 단계와 신경학적 관련성이 있는데(Cloutman et al., 2009), 전운동 영역 중 좌측 상전두이랑과 중전두이랑의 뒤쪽 부분은 자소-버퍼 단계에서 임시 저장된 철자 표상을 글자 형태의 운동 계획으로 변환하여 쓰기를 위한 말초 운동 단계로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Exner, 1881; Roux et al., 2009). 언어 인식 및 어휘 검색 단계와 쓰기 행동 능력 자체는 정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소-버퍼 장애의 양상을 보인 환자(Yun et al., 2009)와 영어와 한글 쓰기 모두에서 자소-버퍼 단계의 손상을 시사한 환자(Kim et al., 2007)의 병소에 공통적으로 전운동 영역이 포함된 점은 이러한 전운동 영역의 기능 또한 한글 쓰기 과정에서도 적용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더불어, 전방 뇌섬엽(anterior insular cortex)은 물리적인 운동을 시뮬레이션하는 앞먹임(feedforward) 과정에서 활성화되고(Rousseau et al., 2021), 해부학적으로 전운동 영역으로의 원심성 투사(efferent projection)를 가지므로(Augustine, 1985), Kim et al.(2007)에서 병소로 보고된 뇌섬엽은 전운동 영역과 섬엽 간의 네트워크를 단절시켜 자소-버퍼 단계의 결함을 야기했을 수 있다.
본 연구의 결과 중 특히 주목할 점은 Kim et al.(2007)의 연구에서 환자가 영어 쓰기에서는 자음-모음 간의 치환 오류를 보였으나 한글에서는 자음과 모음을 치환하여 쓰는 오류를 전혀 보이지 않았고, 모든 오류는 음절 간 자음끼리의 치환 또는 모음끼리의 치환에 국한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알파벳 언어권 연구에서는 자소-버퍼 단계가 손상된 환자들의 치환 오류가 자음과 자음, 모음과 모음 사이에서 나타났을 뿐만 아니라 자음과 모음의 위치를 치환하여 쓰는 오류도 관찰되었다(Buchwald & Rapp, 2006; Cubelli, 1991; Glasspool & Houghton, 2005). 또한 한글 음절은 중성에 해당하는 모음이 필수 요건이 되며 초성과 종성에는 자음만이 존재할 수 있다는 음운론적 특징과 더불어 모음의 위치를 기준으로 자음이 모음의 왼쪽이나 위아래의 공간에만 배열될 수 있다는 시공간적 특징을 갖는다. 따라서 문자 언어권에 따른 상이한 결과는 영어와 같은 알파벳 기반의 언어는 한글처럼 자음과 모음이 독립적인 음가를 가지고 표기될 수 있는 문자 체계이기는 하지만 글자가 수평적으로 나열되므로 한글만큼 시공간적 특징이 견고하지 않기 때문에 자음-모음 간 치환 오류가 나타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운동 쓰기 단계 손상
운동 쓰기 단계에서 시공간적 처리 능력의 결함이 발생하는 경우, 글쓰기의 방향성 유지, 글자 배열, 줄 맞춤과 같은 시공간적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공간실서증으로 명명하며, 공간 실서증에서 나타나는 주요 쓰기 오류 양상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개별 자소들이 반복되어 하나의 글자에 과도한 획이 덧붙여지거나 중복되는 경우가 빈번히 관찰된다. 둘째, 문장이 수평선을 따라 쓰이지 않고, 종이의 상단이나 하단 방향으로 기울어진 비정상적인 경사각을 보인다. 셋째, 전체 글쓰기가 종이의 우측에 집중되며, 좌측 공간을 무시하거나 활용하지 않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넷째, 단어 내 자소들 사이에 불필요한 공백이 삽입되어 단어의 통일성이 파괴되고, 의미 해석에 어려움을 초래한다(Ardila & Rosselli, 1993).
신경해부학적 관점에서, 운동 쓰기 단계에 영향을 미치는 공간적 처리 능력의 결함으로 인한 시공간적 오류는 주로 우측 두정엽과 관련이 있으며, 일부 사례에서는 우측 전두엽 또는 소뇌 손상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러한 오류는 물리적 철자 산출 과정에서 시각적(visual) 및 운동감각적(kinesthetic) 피드백(feedback)을 적절히 모니터링하지 못하는 감각 피드백 제어의 장애와 관련이 있으며, 쓰기에서 글자의 수나 획의 수를 정확하게 추적하지 못하는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는 기능적으로는 독립된 시지각(visuoperceptual) 처리 영역과 공간 주의(spatial attention) 조절 영역이 두정엽 내에서 해부학적으로 인접하므로, 우측 두정엽 손상이 두 영역을 동시에 침범하여 결과적으로 쓰기에서의 시공간적 오류로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된다(Rapcsak & Beeson, 2002). 본고에서 고찰한 문헌들(Jang et al., 2015; Lee et al., 2015; Yoon et al., 2006; Yoon et al., 2010)에서도 공간실서증의 양상이 모두 우반구 병소 환자들에게서 관찰된 점은 선행 연구들의 결과를 지지한다. 우측 두정엽, 특히 우측 각이랑은 운동 쓰기 단계에서 운동을 모니터링하고 시각 및 운동감각 정보를 통합하는 데에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한다(Farrer et al., 2008; Rosenthal et al., 2009; Serra et al., 2013). 따라서, Lee et al.(2015)이 보고한 사례에서 우측 각이랑 병변만으로 공간실서증의 양상을 보인 결과는 한글의 시공간적 정보 처리에 있어 우측 각이랑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알파벳 언어권의 연구에서는 특정 글자들(예: m, n, e)에서의 가로획 반복이 빈번한 시공간적 오류로 보고된 바 있다(Ardila & Rosselli, 1993). 알파벳 기반의 언어는 좌에서 우로 진행되는 수평적 문자 체계로, 글자들은 수평선상에 배열되며 자소 내에서도 가로 방향의 획(예: m, n, e의 아치 형태나 짧은 가로선)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구조를 가진다. 이러한 필기 체계에서는 수평적 배열과 반복 패턴을 시각적으로 정확히 인식하고 제어하는 능력이 중요하며, 이는 우측 두정엽을 중심으로 한 공간 주의 및 시각-운동 통합 기능에 의해 조절된다. 따라서 이 영역의 손상으로 인한 공간실서증 환자는 좌우 방향의 공간 인식과 운동 계획 조절이 어려워지며, 특히 가로획이 반복되는 글자에서 자신이 이미 몇 개의 획을 썼는지를 감지하거나 멈추는 능력이 저하되어, 가로획의 과도한 반복 및 첨가이라는 오류로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본고에서 고찰한 문헌들에서는 ‘획의 첨가(stroke addition)’ 오류 중 세로획이 추가되는 오류 또한 보고하였다. 이는 한글이 종단, 횡단, 종횡단의 조합으로 자음과 모음이 배열되어 음절을 이룬다는 문자 체계의 특성을 고려할 때, 우측 각이랑을 포함한 우측 두정엽이 한글 쓰기의 고유한 시공간적 정보 처리에 있어 더욱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함을 시사한다. 더불어, 모음에 해당하는 중성에서 가로획 또는 세로획이 추가되는 오류(예: 얼→/열/, 뼈→/뼤/)는 단어의 어휘-의미적 요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획의 첨가’ 오류는 한글의 고유한 시공간적 특성을 반영하는, 알파벳 언어권과 구별되는 시공간적 오류 유형으로 볼 수 있겠다.
본 연구의 제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문헌 고찰에 활용된 문헌의 수가 적고, 그 대부분이 증례 보고(case report) 중심이어서 연구 결과를 일반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 둘째, 분석에 사용된 문헌들 간 연구 설계나 결과 보고 방식에 이질성이 존재하고, 효과 크기를 산출하기 위한 통계적 정보가 충분하지 않아 메타분석과 같은 정량적 분석을 적용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셋째, 한글의 고유한 문자 체계 특성을 충분히 반영한 공식적인 실서 증 평가 도구가 부재하여 임상적 적용에 제약이 있었다. 그간의 한글 실서증 연구에서 주로 사용된 공식 검사 도구인 PK-WAB의 검사 항목에 쓰기 평가 과제가 포함되어 있으나, 이는 절단점(cut-off score)을 제공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실어증의 진단 및 평가를 목적으로 개발된 검사 도구이므로 쓰기 처리 과정 전반을 세분화하여 평가할 수 있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넷째, 쓰기 수행과 병소 위치 간의 직접적인 상관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아 특정 쓰기 처리 단계의 결함과 해부학적 기전 간의 인과적 연관성을 명확히 규명하기에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한글 고유의 문자 체계를 반영하고, 한글 실서증의 병소에 대한 체계적인 문헌 고찰을 통해 한글 실서증의 신경학적 기제를 살펴본 최초의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본 결과는 한글 실서증의 임상적 진단 및 중재 계획 수립에 대한 기초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Notes
Ethical Statement
N/A
Acknowledgements
N/A
Declaration of Conflicting Interests
There is no conflict of interests.
Funding
N/A
Author Contributions
Conceptualization: JH Yoon. Data curation: Hyun Ji Lim, So Bin Lee, and Min Guk Kang. Formal analysis: Hyun Ji Lim, So Bin Lee, and Min Guk Kang. Investigation: all authors. Methodology: all authors. Project administration: Ji Hye Yoon. Visualization: Hyun Ji Lim. Writing— original draft: Hyun Ji Lim. Writing—review & editing: Ji Hye Yoon.
